라이프로그


불꽃놀이 인생 miscellany

어제가 Guy Fawkes Night이라고, 미친듯 폭죽놀이를 해대는 날이다.  타운에 castle park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있었는데, 밖에서 그거 보자니 춥고, 벌써 여기 와서 네 번째 Guy Fawkes Night이다보니 시큰둥하기도 하고, 해야할 일도 있고, 이래저래 그냥 도서관 꼭대기에서 따뜻한 mulled wine 마시면서 타운을 내려다보며 혼자 불꽃놀이를 즐겼다.  불꽃놀이는 보는 동안엔 예쁜데, 끝나고 나면 유난히 허무한 느낌이다.  대체 뭐때문에 불꽃놀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내 나름대로 불꽃놀이의 의미를 부여해왔다.  첫 해는, 한참 학기 중반으로 헉헉거리고 있을때라, 기운 북돋워주기 위한 불꽃놀이.  둘째 해는, 지도교수 못정하고 다른 학교 옮겨야 하나 연구주제를 바꿔야 하나 고민 한참 심하게 하고 있을때라,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라는 환각 불꽃놀이.  작년은, 논문 쓰느라 미쳐있던지라 불꽃놀이 따위 가뱝게 무시 ㅡㅡ;  그리고 올해는, 허한 마음 달래주는 위로의 불꽃놀이.

점심무렵 플메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주인이 죽었다는거다.  너무 생각지도 않은 갑작스런 얘기에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참 좋은 아저씨였는데..  어이없는 부동산의 처사에 공분하기도 했고, 작년에도 올해도 10월 초에 건물 입주자들에게 '좋은 이웃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고, 가끔씩 들러 집에 문제가 있는지, 이웃 애들은 어떤지 꼼꼼하게 챙기기도 했고, 여러모로 마음씨 좋고 사려깊은 아저씨였다.  54살이라는 한참 나이에.. 죽어버리기엔 너무 이른 나인데 말이다.  뉴스 기사에서 보니 카레이싱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어제 불꽃놀이가 떠오르더라.  그래서 뒤늦게 어제의 불꽃놀이에 의미를 부여했다.  좋은 이웃 로이 아저씨를 추모하는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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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eely 2009/11/07 01:29 # 답글

    아저씨의 명복을 비는 불꽃이었을꺼에요 ㅠㅠ
  • 너구리 2009/11/07 18:58 #

    네.. 올해는 어쩐지 불꽃놀이가 좀 서글프더라는..
  • 2009/11/07 21:05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너구리 2009/11/07 21:35 #

    좋은 분이었답니다.
  • 漁夫 2009/11/08 11:18 # 답글

    Guy Fawkes day 를 아직도 기념하고 있나 보군요. 제가 유래를 들은지 아마 20년은 헐 넘은 것 같습니다.
  • 너구리 2009/11/09 19:53 #

    예, 전 그 유래조차 모르고 왜 기념하는지도 몰라서 그냥 자체적으로 의미부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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