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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경제학과 세종시 - others

고등학생 수준에서 배우는 경제학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얘기로 시작해보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올라간 가격은 공급을 늘리는 인센티브로 작용해서 공급이 늘어나고, 공급이 증가하면 다시 가격이 떨어지므로 경제는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직관적이고 깔끔한, 아담 스미스 시절부터 모두가 다 이해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가격과 균형에 대한 얘기다.

상황을 조금만 바꿔보자.  가격이 올라가지만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토지나 농산물과 같은건 말이다..  토지가격이 올라간다고 토지를 더 공급할 수는 없고, 쌀값이 올라간다고 한들 당해 수확량이 나와있는 상태에서는 공급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기(speculation)에 대한 인센티브가 발생한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common knowledge),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그 대상이 필수재라면 어떨까?  가격이 아무리 올라가도 필수재의 경우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쌀값 오른다고 굶고 살 수는 없고, 집값 오른다고 노숙자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럴땐 투기 인센티브는 더욱 커진다.  가격이 아무리 올라가도 수요가 많이 줄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잉여자본은 제한된 공급을 흡수하고 규형가격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여기까진 아주 단순한 논리다.

그럼 이런 단순한 논리를 정치와 연결시켜보자.  본질적인 매커니즘에만 집중하기 위해 상황을 단순화시켜보자.  voter를 두 집단으로 구분해보자.  한 집단은 잉여자본을 가졌고, 다른 집단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보자.  그리고 각각의 개별 voter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가까운 정당/후보자에게 voting할 것이다.  (*voting이라고 쓰는 이유는, 단지 선거와 투표라는 제한된 의미보다는 더 넓게, 개별 행위자의 분산된 정치권력을 대표성을 가진 한 쪽으로 권한을 위임한다는 포괄적인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게 투표행위든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행위든 어떤 방식이든지간에..)  대표성을 획득한 정치인/정당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개별권력을 위임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즉, 집단적 의사결정이 결국은 voter 개별 이해관계를 반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voter의 두 집단 중 어느 쪽의 이해관계가 더 강하게 반영되는지는 그 두 집단이 얼마만큼의 리소스를 가졌는지를 나타낸다.  그 리소스는 population power(public opinion도 여기에 해당된다.)일 수도 있고, capital power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딱 선을 긋고 나눌 수 없는게, 다수가 자본의 힘을 발휘하는게 가능하기도 하고, 자본력을 가진 쪽은 소수라도 public opinion이 여기에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면 소수가 population power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개별 행위자로서는 어느 쪽이든 큰 쪽으로 의사결정이 기울어질 인센티브도 있다.

잉여자본을 가진 집단은 투기에 대한 인센티브가 존재하므로, 특별한 법률적 제약조건이 없다면 투기를 통해 추가이익을 구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가이익은 필수재의 경우 그렇지 못한 집단에 대한 소비자 잉여를 잠식하므로, 필수재에 대한 투기는 두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력을 통해 투기에 대한 제약조건을 마련한다면 잉여자본이 없는 집단의 힘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고, 투기에 대한 제약조건을 없앤다면 잉여자본을 가진 집단을 대표하는 권력으로 볼 수 있다.

여기다 한 가지 상황을 더 가정해보자.  공급이야 제한되어 있으니 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줄어들게 예상된다면 어떨까?  그럼 드라마 <선덕여왕> 39편에서 나온 상황과 아주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드라마에서는 공급을 확대(또는 앞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도록)해서 투기수요를 억제했지만, 공급을 고정시키고 수요를 줄여도 상황은 동일하다.  초과수요가 사라질게 예상되면 가격은 하락하고 투기자본은 물먹는거다.  흔히 거품이 꺼진다고 하는게 바로 이런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교과서적이고 상식적인 경제학 이론이고 개별 행위자와 집단적 의사결정에 대한 얘기였다.  현실을 여기에 조금 덧입혀보면 더 재미있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 친재벌정책, 부자감세, 경쟁교육.. 아주 명확하게 현재 권력이 어떤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집단의 근거지는 서울시, 대한민국을 20:80 법칙으로 나누어 보자면 80%의 부가 집중된 곳이 서울시.  서울 수도 600년 역사에서 서울의 토지수요가 하락한 적은 없었다.  근데 만약 이 서울시의 토지수요가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600년 넘게 없던 일이 이제와서 일어날 리 없지 않는가,라고 묻기엔 지금의 인구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인구경제학에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일정한 경제 규모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구규모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지금 출생률이 1.2라지..  인구구조가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초/중/고 시절 학급규모는 55-60명이었다.  지금 초등학교 한 학급에 몇 명?  학부모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네이버에 물어보니 서울시 학급당 25명, 학생수 감소로 초등학교 통폐합이 처음으로 추진된다는 뉴스도 나왔다.  내가 수능 보던 시절에는 80만 수험생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60만도 안된다지.  이게 푸른기와집에서는 세종시를 축소하려고 하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면...  멀지 않은 미래에, 서울시 토지수요가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토지 자체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도 아닐 뿐더러, 만약 토지수요가 감소된다면 지금까지 유지된 토지를 바탕으로 한 자산가치의 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  아, 그런데 충청도에 다른 큰 계획도시를 만들어 서울시에 집중된 기능을 분산시키기까지 한다면?  자산가치의 하락은 겉잡을 수 없어지는게지.  지금 푸른기와집이 대표하고 있는 집단이 그 기반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떠올려본다면, 왜 푸른기와집이 세종시를 축소하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될만한 일이다.


※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 단순한 교과서적인 논리 얘기니까, 좌파니 우파니 하는 쓸데없는 태클은 미리 사절.  난 좌파, 우파 다 아님.
※ 잉여자본과 투기, 푸른기와집을 비난하는 글은 더더욱 아님.  잉여자본을 가진 집단은 그 나름대로, 푸른기와집 이장로님은 자신이 어떤 인센티브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best response를 선택할 뿐이니 비난할 이유 없음.
※ "...해야한다"라거나 "...가 옳다"라는 식의 가치판단은 더더더욱 아님.  궁극의 개인주의자라서 나를 위한 가치판단에만 집중할 뿐, 나하고 상관없는 정책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을 생각임.  그러니 뻘댓글도 미리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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