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들어온 오피스메이트 중에 아주 싫어하는, 거의 말도 잘 안하는 애가 있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얘도 날 싫어하다는걸 알고, 아마 얘도 내가 싫어하는지 알거다. 하지만 무관심으로 공존이 가능했다. 가끔 몇 가지로 부딪히곤 했지만..
처음엔 오피스에 친구들이 찾아와서 놀다 가는걸로 부딪혔다. 나 말고 다른 오피스메이트들은 거의 안나오니까, 얘는 연구실로 친구들 불러서 차마시며 놀더라. 내가 공부를 하건 말건.. 처음이라 잘 모르나보다 하고 몇 차례 반복되기에, 연구실에서 다른 사람 불러 노는거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러시아어로 떠드니까 내가 그 내용을 알 리가 없으니 신경 안쓸줄 알았다는거다... ㅡㅡ;;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알아듣고 싶지도 않지만, 그냥 방해가 되어 내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후로는 친구들이 찾아와서 연구실에서 놀다 가는 일은 없어졌다.
지난 봄학기와 여름학기, 얘는 학부생 세 명의 private tutoring을 하고 있었다. "private"이나까, 학교의 공식적인 TA와는 상관없는, 과외선생같은 그런거다. 근데 수업을 함께 쓰는 연구실에서 하는거다. 내가 공부하고 있을때도 말이다. 딴건 몰라도 공부할땐 음악조차 거슬려서 집중을 못하는데, 옆에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럼 난 공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장소를 찾아보라고 했다. 카페도 있고, 빈 강의실도 있고, 도서관도 있는데, 굳이 연구실에서 내게 방해가 될 필요가 있겠냐고 말이다. 근데 얘는 나보고 도서관으로 가라는거다. 지는 배우러 오는 학생까지 둘이고, 임신해서 몸도 불편하고, 나는 그냥 혼자니까 혼자 책 싸들고 도서관 가는게 편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래.. 그럴 수 있지.. 임산부이니 당연히 배려를 해줘야 하는건데, 그게 얘라서 그렇게 하기 싫었다. 컴퓨터로 해야하는 일도 있고, 싸들고 나가야 하는 책도 많아서 난 그냥 연구실에서 하는게 편하다, 그러니 니가 나가서 수업해라, 라고 해줬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나 스스로 좀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어서 더 불편해졌다.
9월 초 문제가 또 있었다. 얘는 연구실에다가 짐을 엄청나게 갖다놨는데, 아기가 곧 태어나게 되어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했던거였다. 때마침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오피스 배정 문제로 학과 administrator가 연구실 점검하러 왔다가, 그 엄청난 짐보따리에 기겁하면서, 곧 새로 사람이 들어올테니 짐을 치워달라고 했었다. 항상 연구실에 나오는건 나 혼자니까, 이 얘기를 전해야 하는 것도 나.. 아 난 진짜 얘한테 뭔 얘기 하기 참 싫단 말이지.. 그리고 며칠 후 얘가 연구실에 나타났을때 admin.이 한 얘기를 그대로 전했다. 짐 치우라고.. 얘는 당시 예정일 보름 앞둔 만삭이었는데, "이거 내가 몸이 무거워 다 못치울거 같은데.." 하는거다. 나야 어차피 얘기를 전하기만 하는거니 나한테 그런거 말해봐야 뭐.. 그냥 난 전해주는 것일 뿐이고, 여기가 연구실이지 storage가 아니잖니?! 하고 시큰둥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그 날 하루종일 내가 뱉은 말에 좀 괴로웠다. 임산부인데, 조금은 더 배려를 해줬어야 했던건데, 참 무신경했다. 얘가 아니라 다른 만삭의 임산부였더라면 치우는걸 돕겠다고 했겠지,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지는 않았을거다. 그냥 난 얘가 싫었기 때문에 그런거다.
어제는 얘가 아기를 데리고 연구실에 나타났다. 갓난쟁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프린트하러 연구실에 왔다. 프린트 하는 한 시간 내내 아기는 칭얼댔고, 원래 아기를 싫어하는 나는, 특히나 아기 울음소리에 몹시 불편한 나는, 뭐라 말은 못하고 그냥 읽던 책을 덮고 인터넷질 노닥노닥.. 그리고 오늘 아침에 또 아기를 데리고 연구실에 왔다. 처음엔 조용히 자던 아가가 깨서 또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난 얘에게 또 가시를 세우고 말았다. 여기가 nursery도 아니고, 아기가 울면 내가 공부하기 힘들지 않겠냐고.. 억지로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는 오피스메이트를 보니 또 성질부린거에 괜스레 미안해진다. 공부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기까지 키워야 하니 힘들것을, 거기다 대고 애가 운다고 뭐라 하기까지 했으니 얜 진짜 나때문에 속상할꺼다.
내가 얘를 싫어하는건, 얘는 날 참 인정머리 없는 야멸차고 못된 인간이 되게 몰아간다. 본성이 별로 너그럽지 못하고 까칠한 것과는 별개로, 그런걸 드러내고 싶어하진 않는다. 엄청나게 평화로운 일상에서 살고 있으면서 냉정한 면모를 일상에서 드러낼 일이 뭐 있겠는가. 보통은 나조차도 내 이런 좁아터진 구석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다가, 얘만 나타나면 문득문득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싫은거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 자괴감 비슷한걸로 기분 망치고 시작했다.
처음엔 오피스에 친구들이 찾아와서 놀다 가는걸로 부딪혔다. 나 말고 다른 오피스메이트들은 거의 안나오니까, 얘는 연구실로 친구들 불러서 차마시며 놀더라. 내가 공부를 하건 말건.. 처음이라 잘 모르나보다 하고 몇 차례 반복되기에, 연구실에서 다른 사람 불러 노는거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러시아어로 떠드니까 내가 그 내용을 알 리가 없으니 신경 안쓸줄 알았다는거다... ㅡㅡ;;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알아듣고 싶지도 않지만, 그냥 방해가 되어 내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후로는 친구들이 찾아와서 연구실에서 놀다 가는 일은 없어졌다.
지난 봄학기와 여름학기, 얘는 학부생 세 명의 private tutoring을 하고 있었다. "private"이나까, 학교의 공식적인 TA와는 상관없는, 과외선생같은 그런거다. 근데 수업을 함께 쓰는 연구실에서 하는거다. 내가 공부하고 있을때도 말이다. 딴건 몰라도 공부할땐 음악조차 거슬려서 집중을 못하는데, 옆에서 수업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럼 난 공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장소를 찾아보라고 했다. 카페도 있고, 빈 강의실도 있고, 도서관도 있는데, 굳이 연구실에서 내게 방해가 될 필요가 있겠냐고 말이다. 근데 얘는 나보고 도서관으로 가라는거다. 지는 배우러 오는 학생까지 둘이고, 임신해서 몸도 불편하고, 나는 그냥 혼자니까 혼자 책 싸들고 도서관 가는게 편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래.. 그럴 수 있지.. 임산부이니 당연히 배려를 해줘야 하는건데, 그게 얘라서 그렇게 하기 싫었다. 컴퓨터로 해야하는 일도 있고, 싸들고 나가야 하는 책도 많아서 난 그냥 연구실에서 하는게 편하다, 그러니 니가 나가서 수업해라, 라고 해줬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나 스스로 좀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어서 더 불편해졌다.
9월 초 문제가 또 있었다. 얘는 연구실에다가 짐을 엄청나게 갖다놨는데, 아기가 곧 태어나게 되어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했던거였다. 때마침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오피스 배정 문제로 학과 administrator가 연구실 점검하러 왔다가, 그 엄청난 짐보따리에 기겁하면서, 곧 새로 사람이 들어올테니 짐을 치워달라고 했었다. 항상 연구실에 나오는건 나 혼자니까, 이 얘기를 전해야 하는 것도 나.. 아 난 진짜 얘한테 뭔 얘기 하기 참 싫단 말이지.. 그리고 며칠 후 얘가 연구실에 나타났을때 admin.이 한 얘기를 그대로 전했다. 짐 치우라고.. 얘는 당시 예정일 보름 앞둔 만삭이었는데, "이거 내가 몸이 무거워 다 못치울거 같은데.." 하는거다. 나야 어차피 얘기를 전하기만 하는거니 나한테 그런거 말해봐야 뭐.. 그냥 난 전해주는 것일 뿐이고, 여기가 연구실이지 storage가 아니잖니?! 하고 시큰둥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그 날 하루종일 내가 뱉은 말에 좀 괴로웠다. 임산부인데, 조금은 더 배려를 해줬어야 했던건데, 참 무신경했다. 얘가 아니라 다른 만삭의 임산부였더라면 치우는걸 돕겠다고 했겠지,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지는 않았을거다. 그냥 난 얘가 싫었기 때문에 그런거다.
어제는 얘가 아기를 데리고 연구실에 나타났다. 갓난쟁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프린트하러 연구실에 왔다. 프린트 하는 한 시간 내내 아기는 칭얼댔고, 원래 아기를 싫어하는 나는, 특히나 아기 울음소리에 몹시 불편한 나는, 뭐라 말은 못하고 그냥 읽던 책을 덮고 인터넷질 노닥노닥.. 그리고 오늘 아침에 또 아기를 데리고 연구실에 왔다. 처음엔 조용히 자던 아가가 깨서 또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난 얘에게 또 가시를 세우고 말았다. 여기가 nursery도 아니고, 아기가 울면 내가 공부하기 힘들지 않겠냐고.. 억지로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는 오피스메이트를 보니 또 성질부린거에 괜스레 미안해진다. 공부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기까지 키워야 하니 힘들것을, 거기다 대고 애가 운다고 뭐라 하기까지 했으니 얜 진짜 나때문에 속상할꺼다.
내가 얘를 싫어하는건, 얘는 날 참 인정머리 없는 야멸차고 못된 인간이 되게 몰아간다. 본성이 별로 너그럽지 못하고 까칠한 것과는 별개로, 그런걸 드러내고 싶어하진 않는다. 엄청나게 평화로운 일상에서 살고 있으면서 냉정한 면모를 일상에서 드러낼 일이 뭐 있겠는가. 보통은 나조차도 내 이런 좁아터진 구석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다가, 얘만 나타나면 문득문득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싫은거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 자괴감 비슷한걸로 기분 망치고 시작했다.


덧글
고율 2009/10/29 20:09 # 답글
음...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 분이 나쁘네요. 아무리 사정이 있다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동생활을 할 자격이 없는 거 같아요. ㅡㅡ;;
너구리 2009/10/30 01:46 #
다른 임산부였거나 아기엄마였다면 배려를 했을텐데, 그게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냉정하게 행동해버리니까, 그래서 얘가 더 싫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원래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못되게 굴고 있는 제가 더 못마땅하고,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오피스메이트가 더 싫어지고, negative feedback이네요.. ㅡㅡ;
Seldon 2009/10/30 15:15 # 삭제
본 내용과는 별개로, 이 상황은 negative feedback이 아니라 positive feedback이겠죠. "negative한 방향"으로 positive feedback이 일어나는 상황이니까요. 인간관계가 원래 좀 어려운(NP?;;;) 문제잖아요.
너구리 2009/10/31 02:29 #
아 네.. ^^;; positive feed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