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과 친구가 어제밤에 데이터 분석을 도와달라며 찾아왔다. 정치학에 무슨 데이터 분석?!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상과 철학의 논쟁만으로는 정치학이 완전해질 수 없다. 정치학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학문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통계학을 알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경제학과에서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통계적 방법론을 가르치는데 할애한다. 정치학과 통계학의 결합은 정치학에서 나오는 이론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라고는 말하겠지만, 사실 난 정치학 잘 몰라서.. 하지만 적어도 경제학과 수학의 결합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수학과 정치학만 그런게 아니다. 이 학교의 강점이라면 사회과학에서 활발한 학제간 연구와 통합인데, 사회학-정치학-경제학-법학(인권) 컨소시엄이 이 학교의 간판이다.
정치학과 친구만 정치학과 통계학을 한꺼번에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난 경제학과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은 경제학의 영역 안에 투입되고 있지만, 경제학 외에 다른 영역에도관심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사회학 세미나에 들어가보면 사회현상에 대해서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물리학 저널에서는 종종 내 연구를 진행하면서 맞딱뜨리는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본다. 정치학과에서 다루는집단의 의사결정 문제는 경제학의 큰 관심분야이기도 하기에,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정치학자(엄밀히 말하자면 politicaleconomist)에게 돌아갔다. 학제간 연구를 통해 시각을 넓힐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 더욱 세련된 방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교류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굳이 영역의 구분이라는 것조차 이제는 좀 의미가 없는 듯 하다. 학문이라는게 꼭 선을 긋고 나누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이 주제는 경제학, 이 주제는 수학, 이 주제는 생물학 이렇게 분류하기조차 애매하다. 그냥 탐구의 대상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공부라는건 시간과 노력의 투자이니만큼, 어디까지 타영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아주 좁은 한 분야에만 정통하기도 쉽지 않으니만큼, 이건 개별 연구자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자신의 연구범위를 한정해서, 나는 딱 이 테두리 안에서만 공부할테야,라고 한다면 사실 깊이 들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 학자들은 굉장히 오픈마인드다. 필요하면 배워야 하는거고, 내 연구주제를 더 잘 연구하기 위하여 다른 주제도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면 기꺼이 하는 사람들이 진짜 진지하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어디까지 타영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 답이 있다. "필요하면 다 한다"는게 답.
가끔 사상의 빈곤을 지적하며 경제학이 수학 일변도로 치우치는걸 개탄하는 목소리를 듣곤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만나온 경제학자들은 그런 비판에 관심도 없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게 경제학 논문이냐 수학 논문이냐 따지고 들만한 논문일지라도, 아이디어(그들이 말하는 사상과 철학에 해당한다) 없는 논문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철학 없는 이론은 없고, 사상 없는 논문도 없다. 다만 비판을 하는 사람들 수준에서 그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는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사상을 논증할 수 있지만,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수학이 담고 있는 논증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진입장벽이라 투덜댈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오히려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진 경제학자들일수록 수학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난 되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일단 톱저널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논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그런 비판 못할거다.)
그럼 이런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 이면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과 소통해야 하는게 아니냐, 한다면, 역시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만큼 하겠지"가 내 생각이다. 누군가 학문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한다면, 그 사람은 그걸 학자들의 언어가 아닌 쉬운 언어로 바꿔야 할거다. 근데 그게 모든 학자들의 의무는 아닌 것 같다. 학자는 그냥 공부를 하고 싶어서 그걸 업으로 삼은 사람일 수도 있고, 지식을 권력으로 이용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지식을 통해 존경받고 싶어할 수도 있고, 연구를 하되, 목적이 다 같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크루그먼은 연구활동은 몹시 게으르면서도 사회와 소통하는데는 열심이고, 맨큐는 학부 일반교양 수준에서 경제학적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썼지만, 모든 경제학자가 그렇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는거 아닌가.
정치학과 친구만 정치학과 통계학을 한꺼번에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난 경제학과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은 경제학의 영역 안에 투입되고 있지만, 경제학 외에 다른 영역에도관심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사회학 세미나에 들어가보면 사회현상에 대해서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물리학 저널에서는 종종 내 연구를 진행하면서 맞딱뜨리는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본다. 정치학과에서 다루는집단의 의사결정 문제는 경제학의 큰 관심분야이기도 하기에,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정치학자(엄밀히 말하자면 politicaleconomist)에게 돌아갔다. 학제간 연구를 통해 시각을 넓힐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 더욱 세련된 방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교류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굳이 영역의 구분이라는 것조차 이제는 좀 의미가 없는 듯 하다. 학문이라는게 꼭 선을 긋고 나누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이 주제는 경제학, 이 주제는 수학, 이 주제는 생물학 이렇게 분류하기조차 애매하다. 그냥 탐구의 대상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공부라는건 시간과 노력의 투자이니만큼, 어디까지 타영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아주 좁은 한 분야에만 정통하기도 쉽지 않으니만큼, 이건 개별 연구자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자신의 연구범위를 한정해서, 나는 딱 이 테두리 안에서만 공부할테야,라고 한다면 사실 깊이 들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걸 알기 때문에, 대부분 학자들은 굉장히 오픈마인드다. 필요하면 배워야 하는거고, 내 연구주제를 더 잘 연구하기 위하여 다른 주제도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면 기꺼이 하는 사람들이 진짜 진지하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어디까지 타영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 답이 있다. "필요하면 다 한다"는게 답.
가끔 사상의 빈곤을 지적하며 경제학이 수학 일변도로 치우치는걸 개탄하는 목소리를 듣곤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만나온 경제학자들은 그런 비판에 관심도 없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게 경제학 논문이냐 수학 논문이냐 따지고 들만한 논문일지라도, 아이디어(그들이 말하는 사상과 철학에 해당한다) 없는 논문은 학자들 사이에서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철학 없는 이론은 없고, 사상 없는 논문도 없다. 다만 비판을 하는 사람들 수준에서 그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는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사상을 논증할 수 있지만,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수학이 담고 있는 논증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진입장벽이라 투덜댈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오히려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진 경제학자들일수록 수학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난 되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일단 톱저널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논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그런 비판 못할거다.)
그럼 이런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 이면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과 소통해야 하는게 아니냐, 한다면, 역시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만큼 하겠지"가 내 생각이다. 누군가 학문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한다면, 그 사람은 그걸 학자들의 언어가 아닌 쉬운 언어로 바꿔야 할거다. 근데 그게 모든 학자들의 의무는 아닌 것 같다. 학자는 그냥 공부를 하고 싶어서 그걸 업으로 삼은 사람일 수도 있고, 지식을 권력으로 이용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지식을 통해 존경받고 싶어할 수도 있고, 연구를 하되, 목적이 다 같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크루그먼은 연구활동은 몹시 게으르면서도 사회와 소통하는데는 열심이고, 맨큐는 학부 일반교양 수준에서 경제학적 아이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썼지만, 모든 경제학자가 그렇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는거 아닌가.


덧글
Freely 2009/10/25 19:57 # 답글
네트워크 다이나믹은 물리학의 화두이기도 하죠 통계분과 세션같은 경우엔 요즘 econophysics 분야도 논의되는거 봐선 참 학문은 다이나믹하다 랄까요.
너구리 2009/10/25 23:44 #
econophysics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해서 조심스러운 견해지만, economics의 분야로 여길수가 없는건, 본질적인 아이디어를 담지 못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서만 머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물리학에서는 사회현상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시각을 확대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