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RE-REOPEN, version 3

그냥 이대로 닫아버릴까 했드랬지요.  근데 또 좀 심심해서...  닫자니 심심하고 계속 쓰자니 밑천이 바닥났고...  실은, 근래에 줄곧 잡담만 늘어나는게 맘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컨셉이 경제학교실인데, 교실에서 잡담이나 늘어놓는건 그리 보기 좋은건 아니지요.  그렇다고 계속 경제학에 대해서만 포스팅하기엔 내공 부족에 귀차니즘까지 겹쳐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컨셉을 바꾸기로 했어요.  잡담블로그..  예전에 라면블로그를 아는 분들이라면 "잡담블로그와 라면블로그의 차이가 뭔데?" 하고 물어볼 것 같아서, 미리 말하자면..  라면블로그에서는 실존인물 ***가 여과없이 드러났었지만, 잡담블로그에서는 거기서 개인정보만 쏙 빼고 경제학을 공부하는 어떤 블로거 너구리, 쯤 되겠네요.  그러니까, 제 정체를 알던 모르던, 여기서는 게을러서 컨셉 바꾸고 맘놓고 영양가 없는 얘기를 본격적으로 늘어놓는 블로거 너구리로 가는겁니다.  아시겠죠?!


잡담 miscellany

작년 겨울방학에 2년 반만에 집에 갔다.  유학와서 적응할 틈도 없이 공부하느라 너무 바빠서 무려 2년 반동안 집에 못갔던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감기몸살로 앓아누웠다.  정말 지독하게 심한 감기몸살이었다.  처음 3일은 몸을 가누지 못할만큼 아파서 드러누워 있었고, 나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병원에 가볼 수 있었다.  근데 영국에서 2년 반동안은, 처음에 너무 힘들었을때 두어번 쓰러졌던거 빼고는 (그때는 처음 두 달만에 몸무게가 8kg이 줄었을 때였다.) 감기가 다 뭐냐.  잔병없이 2년 넘게 지냈다는게 참 이상한 일이지.  원래 체력은 저질이었고, 게을러서 규칙적인 운동은 꿈도 못꾸고, 먹는것 마저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데 말이다.  근데 영국에 돌아온 뒤에, 아는 사람들을 만나 안부 얘기 하면서, 집에 가자마자 앓아누웠더랬다고 했더니, 그게 나만 그랬던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병 없이 잘 지내다가 집에만 가면 막 아프기 시작한다는거다.  마치 잔병치레 미뤄둔 듯 말이다.  여기서도 시름시름 앓는 일이 잦아지면 진짜로 몸과 마음이 다 적응한거라는데..  그래서 요즘 자주 아픈가 ㅡㅡ?

주말내내 일을 제법 했는데, 결국 제자리걸음만 했다.  모든 것을 거쳐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2주 넘도록 진도 나간게 없고, 수확이라면 계속 "왜", "왜", "왜" 궁리하다보니 상황이 명확해졌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백지 상태로 돌아가 정말 그런지 의심해보고 왜 그렇게 되는지 확인해보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관련된 내용에서도 직관이 따라온다고 해야하나, 좀 그렇다.  근데 계속 이렇게 생각해보면 경제학에서 당연한건 아무것도 없다.  상식처럼 여겨지는 수요가 올라가거나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서 다시 균형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보이지 않는 손'만 해도 "왜" 그런지, 정말 그런지, 일단 의심을 하기 시작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부분의 경제학 이론들을 줄줄이 엮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공부 시작하면서 줄곧 느꼈지만, 연구자라는 직업에서 제일 중요한 자질은 의심하는 능력인 것 같다.

근데 너무 기본적인 부분조차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왜냐고 묻고 생각하는건,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프로젝트 진전 없이 하나하나 모든 세팅을 의심하며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보낸 2주가 넘는 시간, 보통은 한 2주쯤 열심히 일하면, 아니 단 1주일이라도 집중해서 일하면 뭔가 그럴싸한 결과를 손에 쥐는 시간인데, 난 그 두 배가 넘는 시간동안 제자리걸음.  이래서 머리 좋은 사람이 부러운거다.  뭐, 죽어가는 뇌세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30대가 이제와서 머리 탓해봐야 소용도 없으니 그냥 느릿느릿 천천히 가는 수 밖에.

오늘 인도 출장갔던 플메가 돌아오는 날.  밤 늦게 도착할텐데, 안자고 기다려야하나..  낼 아침 아홉시부터 수업해야하는데..

손바닥보다 작은 학교, 한 다리 건너면 모두 다 아는 사람.  clique 1 - 공중보건을 공부한 플메, 그 클라스메이트였던 한국인 주부, 그 남편은 나와 같은과 1년 먼저 들어온 선배.  clique 2 - 공중보건을 공부한 플메, 그 클라스메이트였던 일본인 학생, 말로만 듣던 그녀의 열공 포르투갈 남친은 알고보니 나와 같은과 친구.  clique 3 - 매주 살사파티 가는 플메, 울과 친구인 너댓명의 라티노들은 살사파티 고정멤버.  작은 학교다보니 정말 small world정도가 아니라 micro-world라고 해야 할 지경.

화요일은 간만에 흥미진진한 세미나가 있다.  흥미진진한 이유는, 일단 주제가 네트워크라 그렇고, 발표자가 phd candidate이라니까 어느 수준의 논문을 썼는지 궁금해서다.  비교라는건 의미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잡마켓에 나온 사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건 조만간 나도 닥칠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아마 화요일에 오는 사람은 제법 내공이 될 것 같은게, 안선생이랑 같이 논문 쓰고 있거든..  까탈쟁이 안선생이 아무나 같이 논문 쓰지는 않을 터, 몹시 흡족할 수준의 마켓 페이퍼를 들고 발표할 것이 예상된다.  솔직해지자면, 그게 어떤 수준인지 궁금한거다.  아무래도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울 선생은 몇 년이 지나든 나 박사학위 안줄것 같아서..

그래도 아주 가끔은 아주 내가 허송세월 보낸건 아니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특정 주제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상대방의 논리에서 strength/weakness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될 때다.  '아, 당신의 아이디어에서 이러이러한 접근은 꽤 참신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이래저래하니까 말이 좀 안되는군요'라고 논리적 평가를 내리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믿겨지지 않아서) 좀 놀라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얼마전 암흑의 오라를 마구 풍기는 프로젝트 때문에 매커니즘디자인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교수님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참 얘기를 하고 마칠무렵에, '기초개념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먼, 그럼 다른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도 금방 할거야' 하는 말을 해주셨다.  그러니까, 기초 개념부터 계속 "왜" 그런지 의심하며 공부했기 때문일거다.  문제라면, 이런 '특정' 주제가 정말 몇 개 없다는게.. ㅡㅡ;;

박사학위 논문을 다 마칠 즈음에는 이런 '특정' 주제가 조금은 더 넓어지면 좋겠다.  뭔가에 대해 알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 지식을 확장하는건 짜릿한 일이긴 한데, 아는 주제가 몇 개 없으면 금새 밑천이 떨어진다.  아무리 짜릿한 일이면 뭐해..  아는게 없어서 밑천 떨어지면 손가락만 빨게될 터..

잡담 miscellany

글을 쓰다보면 울 선생이 왜 까탈스러운지 이해가 막 되는게, 이론논문에서 모델을 전개하기 전에 세팅에서부터 모델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빈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작 한 페이지의 모델 셋팅을 몇 번째 다시 쓰고 있는데, 쓰고 나서 보면 또 헛점이 보이고, 다시 읽어보면 또 헛점이 보이고..  고치고 또 고친 뒤에 친구에게 봐달라고 부탁했더니 이해가 안되는 구석이 있다고 한다.  내 머리속에서 이론을 전개할 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감안하고 있던거라 빼먹은줄도 몰랐던 부분을 쓰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스스로 읽어봐서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에서도 남이 읽어볼땐 논리적으로 구멍이 숭숭이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낯설게 읽기 위해 또 까칠하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근데 내가 만든 이론이고 다 내 머리속에서 나온 얘기가 내게 낯설어질 리가 있나..

어제는 Thanksgiving Day, 플메가 잔뜩 준비한 파티음식.. 난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 그냥 먹고 놀고 즐기기만 했다.  언제나 느끼는 부분이긴 하지만, 음식이란, 내가 만든거 빼고는 다 맛있다.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막 퍼먹고.  아무리 먹어도 바닥나지 않는 음식, 미국애들 좀 많이 먹긴 하지만, 파티음식도 대륙 스케일이다.  커다란 치즈 한덩이 통째로 사다놓고, 엊그제부터 해동시키던 큼지막한 터키도 구웠다.  스터핑은 커다란 볼에 한 가득이고, 감자와 바게트는 층층이 탑을 쌓아도 될 정도다.  파티에 놀러온 플메 친구중에 미국 남부 출신이 있었는데, 걔가 농담처럼 한 얘기, 미국인들에게 Thanksgiving같은 holiday feast와 ordinary meal의 차이점은 칼로리 안따지고 마음껏 먹어도 되는냐 칼로리 계산하면서 먹느냐에 있단다.  그러고보면 울 플메도 핏짜 주문할때 꼭 extra cheese로 주문하면서 음료는 로팻 스무디나 다이어트콜라 마신다.  신기한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혈액형과 가족과 친구들의 혈액형을 알고 어디서 근거한지 전혀 알 수 없는 혈액형별 성격 특징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것 만큼이나 미국애들은 음식 칼로리는 줄줄이 꿰고 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우지?!

바람이 무섭게 부는 계절, 하루종일 난방을 하는 계절, 이 계절에 중요한건 피부 보습이다.  요 며칠 아침에 늦잠자고 귀찮고 바뻐서 샤워하고 바디로숀 안발랐는데, 피부가 가렵다.  긁으면 허옇게 일어나는 각질.  어떤 바디로숀이 좋은가 살때마다 비교하고 입소문난 좋은걸로 고르고 고르면 뭐하나.  귀찮아서 안바르는데..  아무리 좋다는 St. Ives 사다놓고 아껴가며 찔끔찔끔 바르는 것보다 싸고 양 많은 니베아 사다가 아낌없이 퍽퍽 시도때도 없이 바르는게 훨씬 피부에는 좋다는거, 경험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래도 특히나 겨울엔, 보습이 특별히 중요한 겨울엔, 아이러니하게도 바디로숀 바르기 게을러진다.  추워서 그렇다.  샤워하고 추우니까 얼른 옷 입어고 싶은데, 참고 꼼꼼히 바디로숀을 바르려니 귀찮아서..

3년만에 박사과정 마치고 논문 제출 코앞에 둔채 한국 가는 양반이 하나 있다.  지금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열라 이쁜 손예진도 아니고, 돈 무지 많은 재벌도 아니고, 단지 논문 다 끝내고 집에 가서 좀 쉬겠다는 마흔살 별볼일 없는 그 양반이다.  뭐 박사 학위 받아봐야 별로 달라질것 없다지만, 그저 넌덜머리나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나도 좀 끝내고 쉬고 싶다.  근데 끝이 안보여.. ㅜㅜ

누군가 가면 또 새로운 사람이 오기 마련.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새로 온 커플이 있는데, 흥미로운건 이 커플이 둘 다 국회 보좌관 생활을 좀 오래 했던 사람들이라 국내 정치인의 비하인드 스토리 제법 많이 들었다.  출생의 비밀과 불우한 어린시절, 그 속에서 자라난 비틀린 야망, 막장드라마 버금가는 흥미진진 실화.  현실은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뭐, 막장드라마가 괜히 계속 나오는게 아니란 생각도 좀 들곤 한다.  ㅋㅋ

sharing house - 남/녀 miscellany

영국의 어마무시한 집세 때문에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는 house sharing이 상당히 보편적인 편이다.  특히나 부모 도움안받고 모아놓은 재산 있을리 없는 20대에게 house sharing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제각각인 사람들끼리 한집에 살면서 함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  운 좋게도 난 괜찮은 플메들을 만나 잘 살고 있다.  사실 다 큰 성인들끼리 한 집에서 잡음 없이 사는 일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 아닌가.  그런데도 난 지금 플메들과 잡음은 커녕 즐겁게 살고 있다.  내 까칠한 성격을 고려해보건대, 플메들과 문제 생긴다면 차라리 외로워 죽더라도 혼자 살 집을 알아봤을 듯 싶은데, 뭐 이대로 박사 마치고 여기 뜰때까지 얘들이랑 계속 같이 살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건 플메들 덕에 오히려 이 단조로운 시골생활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직원인 플메와는 1주일에 한두번은 점심도 같이 먹고, 얘 퇴근시간 맞춰서 함께 집에 가기도 하곤 한다.  이걸 보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집에서도 맨날 보는데 학교서도 같이 밥먹고 할 얘기가 있어요?  어, 그럼 없나?!  **씨도 두 명과 집을 나눠쓰고 있는데, 함께 살고 있는 애들과 전혀 문제 없고 같이 살기 편하다고까지 한다.  근데 집에서도 자주 얘기 안하는데 일부러 밖에서까지 만나 밥먹고 수다떨고 할 이유가 없다는거다.  같이 살기는 해도 같이 어울려 놀지는 않는다?!  그게 가능한가?

비교를 좀 해보자.
female house - 교직원(영국인), 실업상태(미국인), 학생(한국인), 셋 다 싱글녀
male house - 학생(독일인), 학생(영국인), 학생(한국인), 셋 다 싱글남

1. 일과 후 귀가한 뒤 집에서..
female house - 저녁 먹고 주방 테이블에 눌러앉아 수다떨고, 손톱 손질하고, 차마시고.. 연예인, 쇼핑, 패션, 피부관리, 남자, 친구들, 일, 스트레스, 가족, 음식, etc. 수다의 소재는 무궁무진하고 끝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 되게 바쁘거나 pms 급의 컨디션 난조일땐 한 시간 정도의 수다로 끝나지만, 보통은 저녁 먹고 각자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두 세시간은 이러면서 노닥거리며 논다.
male house - 저녁 먹는다.  후다닥.  먹는 동안 침묵.  일주일에 서너번은 술을 마신다.  각자 방에서.  하루의 안부를 묻는 대화는 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저녁 먹고 나면 각자 방에서 각자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

2. 주말에..
female house - 늦잠 자고 부시시하게 일어나 주방으로 기어나온다.  오늘 뭐하니, 글쎄 별로.., 주말인데 심심하다, 그럼 우리 오늘 쇼핑갈까? 아싸 좋아.  그때부터 분주해진다.  씻고, 화장하고, 뭐 입고 나갈거니, 묻고 의견을 교환하며 친구가 입고 나갈 옷과 그날의 날씨와 내 기분을 고려해 최종 입을 옷을 결정하고, 집을 나선다.  우선 좀 뭐 먹자, 셋이 맨날 집에서 해먹는거 말고 뭔가 색다른 음식으로 주말 기분을 낸 다음에 쇼핑으로 주말 오후를 보낸다.  집에 돌아오면 한바탕 패션쇼가 벌어진다.  실컷 먹고도 쇼핑하러 많이 걸어다녔으니 뭔가 건강한 주말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male house - 평소와 다를게 있다면 거실 TV 채널이 스포츠로 고정된다는거다.  이들 셋이 함께 주말에 뭔가를 즐긴다면 그건 분명 TV로 축구 중계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거다.  이때는 좀처럼 없는 수다도 늘어난다.  누구에게 뒤질세라 축구에 대한 전문가에 가까운 평가와 날카로운 해석이 이어진다.  축구 중계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 침묵모드.

3. 생일은..
female house - 적어도 1주일 전부터 선물을 뭐할지 고민한다.  전날은 생일선물을 둘이서 예쁘게 포장도 하고 카드도 쓴다.  생일 당일에는 친구들을 부르고 파티를 한다.
male house - 서로의 나이도 모른다.

4. 냉장고를 열면..
female house - 요리는 잘 못할지언정 과일, 채소 먹는걸 소홀히하면 피부가 바로 반응한다.  사과, 토마토, 당근, 오렌지, 바나나, 브로콜리, 딸기가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날은 장을 보러 가야한다.  피부는 여자의 자존심이니까.
male house - 맥주가 떨어지는 날은 장을 보러 가야한다.  언제 사다놓은건지 알 수 없이 말라 비틀어져가는 당근쪼가리가 냉장고 안을 굴러다닌다.

5. 청소는..
female house - 답이 없다.  여자들끼리 사는 집이라고 샤바방해야 한다는건 순전히 편견이다.
male house - 답이 없다.  남자들끼리 사는 집은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덕분이다.

6. 분위기는..
female house - 누군가 기분이 저조하면 금새 집안 분위기가 쳐진다.  다행히 빠르게 눈치챈 이들이 위로 덕에 저조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셋 다 기분이 저조하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여인 셋이 된다.
male house - 집안 분위기는 한결같다.  각자의 기분 상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평소보다 더 대화가 줄어들면 (줄어들 대화가 있기나 한가 의심스럽지만) 상대방이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상태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7. 누군가 데이트를 한다면..
female house - 데이트하기 전에 이미 상대 남자의 신상과 성격에 대한 정보는 공유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셋이 머리를 맞대고 데이트 필승전략을 짜고, 데이트 후에는 이를 다시 분석하고 성공과 실패 원인을 규명해낸다.
male house - 누가 누굴 만나서 뭘하건 전혀 관심 없다.  데이트를 자랑삼아 얘기하면 예의상 조금은 관심을 보여준다.  여자 예뻐?!  사진을 보여주며 예쁘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면 좋겠다, 한 마디는 해준다.  속으로는 부러워 죽는다.

Bruce Almighty & mechanism design - mechanism design

짐 캐리의 영화 <Bruce Almighty>, 미시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해주고 싶은 영화다.  매커니즘 디자인을 처음 공부할때 그 개념이 와닿지 않아서 고생을 좀 많이 했는데, 겨우 개념이 머리에 좀 자리잡게 될 즈음이 이 영화를 떠올렸었다.  그 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쯤 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어젯밤에 TV에서 해주길래 재미있게 봤다.  다시 보니 매커니즘 디자인이 뭔지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정말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야겠단 생각이 드는거다.  단순한 코메디 영화인데, 매커니즘 디자인의 핵심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리포터 놀런은 신으로부터 전지전능한 능력을 위탁받는다.  그리고 휴가떠난 신을 대신해 놀런은 prayers의 기도에 응답을 해줘야 한다.  모두 yes로 응답한다고 사람들이 다 행복해지는건 아니라는 사실에 놀런은 당황스러워한다.  그리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정작 자신의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뜨린다.  그때 신이 놀런에게 하는 얘기가 "free-will"이다.  즉,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고, 신의 역할은 그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게 매커니즘 디자인의 핵심 아이디어다.

planner로서 원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고, 이 결과는 행위자를 강제하여 얻는게 아니라, 행위자의 자유의지를 통해 도달해야 한다.  즉, 플래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행위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플래너가 의도한 결과대로 행동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플래너가 의도한 행동(social choice function)이 내쉬균형이 되도록 게임을 설계하는게 매커니즘 디자인이다.  간단하게, 솔로몬 왕이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 중에서 진짜 아이엄마를 찾아낸 예를 들어보자.  플래너가 의도한 결과는 아이가 진짜 엄마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플래너로서는 두 여인들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상황을 진짜 엄마가 누구인지 드러나도록 설계할 수는 있다.  솔로몬의 예는 아주 간단한 경우이긴 하지만, 사실 매커니즘 디자인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의 의사결정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 사람을 대표자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선거제도를 구성할 것인지, 아이들이 행복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할 것인지, 사람들의 불만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세금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인지, 매일매일의 공공의 의사결정은 모두 매커니즘 디자인의 틀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주 복잡한 듯 하지만 사실 핵심은, 1. 뭘 의도하고 있는지(social choice function)를 분명히 해야하고, 2. 의도가 자발적으로 실현(equilibrium)될 수 있는 조건이 뭔지를 명확히 해서 3. 그 조건을 만족하는 게임판을 짜면 되는거다.






※ 영화밸리로 보내면 욕먹겠지...?  ㅡㅡ;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miscellany

난 단지,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 놀랍도록 매력적인 대상에 대해 말을 했을 뿐이다.  누군가 명품 디자이너의 패션 소품이나 보석에 흥미를 갖고,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소재를 논하며, 예술적 평가를 내리며, 심미안을 자랑하듯..  그러한 대중적인 흥미거리와는 달리 이러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것 때문에 내 흥미에 대해 폄하당하고 싶진 않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주장하듯, 나는 내 흥미의 대상이 소수의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만 공유할 수 있다고 해서 무시당하는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며, 내 취향을 존중받기를 원한다.

온라인이라는 가상현실은 실제 사회보다는 이런 면에서 관대하기에, 온라인에서는 소수만이 공감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편견없이 대하곤 한다.  이를테면, 벌레가 꿈틀거리는게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더 무서운, 방 안에서 벌레라도 나타난다면 그게 사라질때까지 방 안에 들어갈 수 없는 나조차도, 기생충 블로거의 몸 속 벌레들에 관한 포스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실제 face-to-face로 누군가 내게 벌레 사진을 들이밀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대상인지를 설파하려 한다면 난 거부감을 느낄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가상현실에서 내 흥미거리에 공감해주는 것에 익숙해지면, 적어도 내 소수적 취향이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가상현실에 익숙해지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원래 사람들은 대놓고 소수취향을 말하는걸 싫어하는데, 가상현실에서, 또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하다보면, 이걸 자꾸 까먹는다.

누군가 내 흥미거리에 대해 묻기에 말해줬더니 nerd라고 한다.  비아냥과 경계가 묘하게 뒤섞인 단어..  너는 그저 책이나 볼 뿐, 진짜 인생을 즐길줄도 모르고, 사회성도 떨어지고, 세상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실은 아무것도 모르지, 하는 무시의 감정을 농담처럼 섞어놓은 단어, nerd 말이다.  우습고 유치한 얘기지만, 나를 nerd라고 하는 너만큼이나 나도 세상 다이나믹하게 살았단다..  단지 내 흥미거리가 대중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라.  난 그저 뭐 공부하냐고 묻기에 말해준 것일 뿐, 그걸 이해하라거나 같이 좋아해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솔까말 니가 이걸 이해할 지적 능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니가 먼저 묻지만 않았어도 말 꺼내지 않았을거다.  내 흥미거리에 공감 못하면 그걸로 그만이지, 대체 왜 그걸로 날 덜떨어진 인간 취급하는게냐.  영국까지 와서 버버리 할인매장 어디냐 찾고 있는 너를 나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건 내 사정이니 그것만으로 너를 된장녀라고 여길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마찬가지로 너도 내 취향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그걸 네 취향과 비교하여 폄하하는 행동은 하면 안된다는거, 좀 깨달았음 싶다.  영국까지 와서 고작 남들 안하는 공부하는 나와 고작 버버리 쇼핑하고 가겠다는 너나 대관절 무슨 차이가 있기에 난 졸지에 안목도 없고 즐길줄도 모르는 nerd가 되고 너는 뛰어난 패션감각에 휴가를 이용해 유럽여행 즐기는 여유있는 직장인이 되는건지, 이해가 안되는구나.  가끔 더럽게 어려워서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야 하는 논문보다도 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논문이야 계속 읽다보면 이해가 되지만 사람들은 계속 만난다고 이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비록 이해하진 못하지만, 우리 서로 좀 존중은 해주면 안될까?

내게 지름신이 강림할 때 miscellany

신내림의 순간, 지름신은 아마존이라는 사자를 통해 내게 이멜을 보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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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e Nie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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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거부하기 힘든 지름신의 계시, 어쩐단말이냐.  신의 뜻에 따를 수 밖에..  12불 이상 깎아준다잖아.


※ 오늘 아침에 아마존에서 온 또 다른 이메일, 지름신도 정도껏이지..  책값이 후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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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someone who has purchased or rated Connections: An Introduction to the Economics of Networksby Sanjeev Goyal, you might like to know that The New BehavioralEconomics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Critical Writings inEconomics) will be released on December 9, 2009.  You canpre-order yours by following the link below.

The New Behavioral Economics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Critical Writings in Economics)The New Behavioral Economics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CriticalWritings in Economics)
Elias Khalil
Price:$895.00

Release Date: December 9, 2009

살 생각은 없지만, 대체 무슨 책이길래 책값이 900불에 육박하는건지 궁금하긴 하다.  금띠 두른 책인가?!

노트필기 miscellany

세상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있다.  노트정리를 잘 하는 학생과 그런 학생들로부터 노트를 빌리는 학생.  (미리 말하자면 난 후자였다.)
중고등학생때, 공부 잘하면 무조건 모범생이고 모든게 다 용서되고 세상 살기 참 편해지는 그런 세상에서, 노트필기는 일종에 모범생 바로미터다.  노트필기 잘 하는 애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법칙이랄까.  어찌보면 좀 당연한게, 배운걸 빠짐없이 다 적으려면 집중해야하고, 집중하면 당연히 공부 잘하게 되는거 아닌가.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여학교에서만 해당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노트필기 누가 더 예쁘게 잘하나 은근 미묘한 경쟁이 존재한다.  일단 글씨체가 알아보기 쉽고 예뻐야 하고, 노트는 늘 줄 맞춰서 깔끔하게, 색깔 맞춰서 적절하게 하이라이트를 주고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딱 보기에도 아주 훌륭하게 정리된 노트가 있는데, 모범생 그룹에서는 이런 노트의 스탠다드를 두고 누구가 젤 노트정리 잘하나, 말없는 경쟁이 이루어진다.
일단 난 이 치열한 노트경쟁에 껴들 수 없는 이유는, 글씨체가 거지같고 (내가 쓴 글씨인데도 나도 가끔 못 알아본다.), 뭔가 적으면서 수업을 들으면 산만해져서 수업의 흐름을 놓치기 쉽상이다.  뭔가를 들으면서 동시에 받아적기까지 하는 신기에 가까운 멀티타스킹 능력은 애당초 나한테는 없던거고, 기껏 중요해서 뭔가 적어놓더라도 막 휘갈겨 적어놓으면 뭔 글씨인지 암호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학교 다니는 내내 난 노트라고 할게 없었다.  중고등학교때는 수업듣다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은면 그냥 교과서 여백에 적어두던게 전부다.  그러니 시험때는 모범생들에게 노트를 빌려야 하는거 아니겠나.  '니 노트가 넘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복사좀 해도 될까?' 물어보면 얼굴 가득 성취감과 함께 자만감, 마치 '아, 내 노트가 인정받은거야' 하는 듯한 이 모범생들, 흔쾌히 빌려준다.  고맙게도..
이런 습관은 대학때도 이어졌다.  같이 수업듣는 친구들중에 노트정리 잘 하는 애들걸 시험때 되면 빌리곤 했는데, 이상하게 여고와는 다르게 대학때 여자애들은 얌체스러웠다.  아무리 노트정리 잘 했어도 좀처럼 빌려주려고 하지 않는거다.  대신 대학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복학생 오빠들이라는게 있지 않나.  이들의 노트는 깔끔하고 칼라풀한 모범생 여학생들의 노트만큼 세련된 감각은 떨어지고, 다소 투박한 감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수업 내용을 정말 우직하게 빠짐없이 다 받아적어놓는다는 장점, 게다가 이들은 여고때 모범생 친구들 만큼이나 노트 빌려주기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가끔 내 공부 스타일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내게 노트 빌려달라고 하는 일도, 신입생때는 좀 있었는데, '너 내가 수업시간에 필기하는거 본 적 있냐?!' 한 마디에, 어느새 그 친구들은 누군가의 노트를 빌리면 내것까지 복사해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대학원까지 난 그렇게 남의 노트에 빌붙어 공부했다.  그래서 학점이 개판이었던거 같다.

잡담 miscellany

일욜 오후에 라끌렛뜨 해먹고서, 플메가 금욜에 친구들 불러 라끌렛뜨 파티 해야겠단다.  미국인인 친구는, Thanksgiving Day가 1년 중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중요한 명절인데, 금요일이 바로 땡스기빙데이라 파티를...ㅎ  외국인들에게는 고국의 명절이 제일 마음이 허하기 마련, 그래서들 서로 이런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특별히 파티를 하고 넘어가는거다.  근데, 라끌렛뜨 그릴은 2인용이잖아..  게다가 원래 라끌렛뜨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겨울에 날씨로 고립되어 신선한 음식을 구해올 수 없어서 먹던 저장음식(치즈, 피클, 말린햄)이라잖아..  땡스기빙이라면 미국으로 이주한 유러피안들이 한 해 농사를 무사히 마치고 생존한 것을 기념하는 명절이라며?!  뭔가 굉장히 어울리지 않아..  터키를 구워야 뭔가 폼이 확 나는거 아님?!  근데, 울 플메는 나만큼이나 요리를 귀찮아한다는..  그래서 퐁듀로 메뉴 바꿨다.  오늘 타운에 나가 퐁튜 폿을 사야겠단다.  췟, 라끌렛뜨나 퐁듀나, 어차피 알프스 겨울음식, 치즈를 솥에 녹여먹느냐, 그릴에 녹여먹느냐의 차이.  근데 여럿이 오손도손 먹으며 파티하기엔 둘 다 제법 괜찮은 음식인 것 같다.  결론은, 살찐다.

암흑의 오라를 마구 풍기는 프로젝트는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어디로 진행시켜야 할지 방향만 정하면 어떻게든 해치우면 되는데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거..  속탄다.  예전에 누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런 책 썼드랬지.  대학입시까지라면 그런 생각 할 수도 있다.  대학입시에 아무도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라거나 학문적 기여를 기대하지는 않으니까.  뭐 답 다 있는거 그냥 공부하고 이해하는게 힘들 이유가 없잖아.  근데 진짜 공부가 힘든건, 답 없는걸 붙잡고 답을 찾아내야 하는거다.  내가 만든 문제라 나 말고는 아무도 내 대신 풀어줄 사람이 없고, 풀든 못풀든 어쨌든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내가 모르면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그니까, 몰라도 물어보면 누군가 답을 해줄꺼야, 하는 기대를 접어버리면, 공부가 제일 쉬워질 리 없다.

후훗, 클라스에 프랑스 훈남이 하나 있다.  깎아놓은 조각마냥 잘생겼는데, 독특한 불어 억양으로 이것저것 질문을 할때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아, 이건 정말 흉내내기도 참 힘든데, "아임놋톤도리스트(=I am not on the list, 출석체크 리스트에 지 이름 없다고..)" 캬, 막 귀여워.  불어 억양의 영어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는거 첨 알았다.  내 supervisory board에 chair도 프랑스인인데, 그 양반이 불어 악센트 팍팍 들어간 영어는 그냥 그런 생각 안들었는데, 이 녀석 불어 억양은 뭔가 막 엔돌핀이 돌게 하면서..  이 훈남은 눈까지 막 정화가 되는게, 수업 하면서 그 녀석만 쳐다보게 된다.  ㅡㅡ;;  제대로 주책맞다.  자중하자.

아직 갈 길도 못정하고 표류중인데, 이 와중에 학과 admin.으로부터 보드미팅 언제까지 해야한다, 공지 메일이 날라왔다.  휴, 이눔에 보드미팅, 빨리도 다가오네.  지난 7월에 해놓은거 하나 없이 지도교수도 불참한 상태에서 체어랑 둘이 미팅하면서 진땀좀 흘렸다.  6개월간 해놓은거 전혀 없지, 지도교수는 중요한 보드미팅에 안나타났지, 체어가 보기엔 뭔가 문제 있는게 아닌가 싶을만도 하지.  아무튼 보드미팅 또 해야한다는 부담감 또 잔뜩이다.  보드미팅 전까지는 암흑의 오라를 마구 풍기는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아놔야 할터인데..  불어 억양 팍팍 실은 체어가 (체어도 프랑스인이라 억양이 불어식 영어지만, 울 체어가 말하는건 귀엽지 않다......) 너 지난번 보드미팅때 스케쥴에 올렸던거 다 했어 하나씩 체크할걸 생각하면..  그럼 난 한국어 억양 팍 실어서 그게 그러니까 하는만큼 해도 요만큼이라 주절주절 변명을 해야하고, 옆에서 이태리어 억양 팍 실어서 지도교수는 얘가 이거 하면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이래저래하니까 이번엔 이만큼만 하고 담에 더 잘하면 되지 거들어 줄테지.  아 좀 웃기군.  셋 어느 누구도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고, 셋 다 모국어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얘기를 하는거..  그래도 공포스럽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해놓은거 없는데 다음에 더 잘할께요, 이러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간 당장 다음해 progress 못시켜주니 MPhil 받고 나가라, 이럴지도 모른다.  진정 PhD crisis.

근데 현실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해야하는 일은 안하고, 암흑의 오라를 마구 풍기는 프로젝트만 빼고 다 재밌다, 모드.  아 대체 요즘 왜 이렇게 재미있는게 많은거냐구.  심지어 거시의 트라우마조차 가뱝게 무시하고서는 growth theory도 들쳐보면서, 이거 네트웤이랑 엮으면 뭔가 재밌는거 나올거 같아, 이러고 있다.  어디 growth theory 뿐이던가.  public opinion 이것도 좀 공부해보고 싶고, minority game 이것도 게이머로서 제대로된 논문을 써볼 수 있을것 같고, 무슨 주제든지 실증연구도 이제는 귀찮을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막 드는게..  남에 떡이 더 커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내 프로젝트만 아니면 다 흥미롭다는거 아니겠나.  정신세계가 산만해진게 아닐런지 걱정이다.

겨울에 살이 찌는건... miscellany

계절 가리지 않고 술 몹시 퍼마시는 영국이라지만, 겨울에 알콜음료 소비량 급증, 왠지 이런 통계가 있을것만 같다.  적어도 난 말이지..  겨울엔 끼니보다 술에 돈이 더 들어간다.  술 사고 안주 사고..

어제 비바람이 부는 일요일에, 당장 써야할 쓰레기 봉투가 다 떨어져서 마트에 다녀와야 했다.  비바람 속에 마트까지 가서 설마 쓰레기 봉투만 사왔을 리가 없지.  이제 거의 우유랑 동급이 된 mulled wine을 습관처럼 트롤리에 담고, 크리스마스 다가온다고 온갖 주류 할인이 붙어있길래 이럴때 사서 쟁여놔야지 싶어서 글렌피딕, 바카르디도 사고..  술을 샀는데 안주도 사야하는건 당연한 절차.  초리소, 마카다미아, 라끌렛뜨 치즈.

집에 들어오자마자 mulled wine & 라끌렛뜨 콤비.  플메랑 앉아서 수다떨며 먹다보니 먹어치운 와인, 감자, 치즈 양이 어마어마하다.  우허걱, 둘이서 이걸 다 먹었단 말이지?! 싶을만큼 많이 먹었다.  배 부르고 술기운도 도니까 아 만사 다 귀찮아, 그냥 자야지, 낮잠자고..

어째 난 밖에서는 먹기 귀찮은데 집에 있는 날에는 가끔 엄청난 폭식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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